연애의 법칙

연애의 법칙 소장본 중 미공개 외전 부분 유료 발행 / 미리보기 포함 공포 43,162자

“야…. 어떡하냐….” “또 왜.” “…….” 승관은 다시 입을 꾹 다물고 침묵했다. 한솔이 승관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한솔을 불러 놓고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땅이 꺼질 듯 한숨을 푹 내쉰 승관이 손을 살짝 들었다. ‘사장님, 여기 생맥 두 잔만 더 갖다주세요.’ 벌써 500cc 생맥주만 세 잔째였다. 한솔과의 약속은...

야... 날씨 좋다. 저절로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고 나서, 승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살짝 웃었다. 카페의 전면 창가에 봄 햇살이 눈부실 정도로 환하게 부딪쳐 부서졌다. 이젠 꽃샘추위란 말도 아득히 멀게 느껴질 정도로 완연한 봄날이었다. 한강공원이 멀지 않아서인지 창밖으로는 피크닉 짐을 든 사람들이 드물지 않게 스쳐 지나갔다. 나도 소풍 가고 싶다. 요새 조...

아... 미치겠네. 민규는 머리를 마구 쥐어뜯었다. 아무리 숱 많고 풍성한 머리칼이 제 자랑거리라지만, 이렇게 온종일 쥐어뜯다간 조만간 정수리에 땜통이 뻥 뚫리게 생겼다. 하지만 자꾸 울컥 화가 솟구쳐서 견딜 수 없었다. 제멋대로 상황 정리하고 마음대로 안 되면 짜증부터 내는 거 꼭 고치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나마 다짐하긴 했는데, 언제 그런 다짐...

어제까지만 해도 살을 에는 한겨울의 칼바람에 볼이 새빨갛게 얼었는데, 눈 감았다가 떠 보니 어느새 봄이 한 발짝 앞으로 성큼 다가온 2월이었다. 여전히 외투 틈으로 바람이 매섭게 파고들었지만 한낮 햇볕은 퍽 따뜻하게 내리쬐어서 겨우내 담벼락에 꽁꽁 얼었던 얼음도 물이 되어 사르르 녹아 흘렀다. 유례없는 혹한이라고 뉴스에서 매일 시끄럽게 떠들어댔는데, 이제 ...

일주일 내내 술을 마셨다. - 담배 한 갑을 앉은 자리에서 죄다 피우고 빈 포장지를 바득바득 구겨 버렸다. - 음식이 잘 먹히지 않아서 애써 영양제를 삼키고, 그나마도 반은 속이 쓰려서 소화하지 못하고 다 게워냈다. - 침대에서 차마 일어나지 못하고 하루 온종일 멍하니 천장을 보고 누워 있었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아서, 애써 잠을 청하려 노력하는 것...

"부 선생. 그만두고 싶으면 말을 하지 그래." "죄송합니다." 미친놈. 텀블러에 가래침 뱉어버린다. 속은 부글부글 끓었지만, 승관은 고개를 푹 숙이고 고분고분 대답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아무리 원장이 별것도 아닌 일에 배배 꼬여서 사람 기분 나쁜 말만 골라 하는 재주가 있다 해도 돈 주는 사람 심리를 거스를 수야 없다. 사실 오늘은 승관의 잘못이 명...

짧은 휴가를 보내고 난 후라 조금 이야기가 덜 나올 줄 알았는데, 출근해서 교무실에 앉고 나니 여전히 회식이 화제였다. 하긴 회식도 간만이고, 다 같이 모인 자리도 오랜만이니 큰 이야깃거리긴 했다. 누군가의 실수담, 또 누군가의 뒷이야기를 한참 나누고 역시 빠질 수 없는 원장 욕을 한바탕 하고 웃다가 옆자리에 앉은 동료가 물었다. 승관 쌤 기억은 나요? 승...

귀찮아서, 그리고 뭘 할 의욕이 영 들지 않아서 정리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기른 앞머리가 눈을 찔렀다. 민규는 후 하고 숨을 불어 앞머리를 들어 올렸다. 이젠 별것이 다 신경 쓰이고 짜증 나게 한다. 뻔질나게 드나들던 승관의 SNS를 다시 들여다보고, 가장 최근에 올린 사진에 남자가 하트를 누르고 댓글을 단 것과 거기에 승관은 답글을 달지 않은 것까지 재확인...

승관이 소파에 편하게 기대앉자 기다렸다는 듯 민규가 바짝 붙어 앉아서 등 뒤로 승관을 끌어안았다. 민규의 손끝이 티셔츠 위로 승관의 갈비뼈 근처를 살살 긁다가, 은근슬쩍 옷자락을 들치고 배를 살살 쓰다듬었다. 아, 하지 마. 요새 살 엄청 쪘어... 푸념하듯 승관이 중얼거렸다. 민규가 픽 웃더니 승관의 날개뼈에 머리를 기대고 비비적댔다. "어디 살이 쪘어....

- 나 집 나갈까 하는데 나태하게 침대에 드러누워 있다가, 느닷없는 승관의 메시지에 민규는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집을 나간다는 게 무슨 뜻이야. 갑자기 왜. 메시지의 의미를 멍하니 곱씹던 민규는 불현듯 짚이는 게 있어서 얼굴을 사정없이 구겼다. 이런 씨발, 그 새끼랑 내 집에서 연애하지 말라고 했더니 아예 나간다는 거야? 순간 울화가 확 치밀었다....

한동안 대화 없이 조용했던 메신저 창에 불쑥 보낸 커피 기프티콘은 아무리 봐도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 있는 외딴 섬처럼 생뚱맞았다. 무슨 말을 더 덧붙여야 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승관은 그냥 창을 닫았다. 기프티콘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카드에 '저번에 고마웠어'라고 썼으니 더 말을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민규가 메시지를 읽기...

'죄송해요ㅠㅠ 후반 작업만 남았어요 조금만 수정하고 곧 보내드리겠습니다' 담당자에게 구구절절 우는 메시지를 보내놓고, 민규는 메시지와 영 딴판인 무표정한 얼굴로 모니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조금만 수정은 무슨, 선만 겨우 따놓고 양심도 없다. 민규는 왼손에 잡은 펜을 이리저리 돌렸다. 손도 빠른 편이고 차근차근 꾸준히 진행하는 작업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