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좀 남긴 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다음 시간에 전기 낭만주의 문학 처음부터 합시다." 금요일 세시 문학사 교양은 수강생들의 니즈를 충실히 반영한 수업이다. 즉 지루할 때쯤 적절히 교재 외 매체를 활용해 주고, 날 좋은 금요일에 학교 강의실에 앉아있자니 좀이 쑤시는 학생들을 위해 꼭 10여 분 일찍 끝내주는 과목이라는 이야기다. 오늘도 ...
와장창창. 김민규 앞에 놓여 있던 젓가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 시작이다. 술 대신 물을 채운 지 오래인 소주잔을 가만히 앞에 내려놓고, 나는 손등으로 뺨을 쓱 문질렀다. 동공이 풀려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김민규의 입에서 이제 나올 말이 뭔지도 나는 안다. "아, 아냐. 나 안 취했어. 안 취했어 진짜로..." 그래. 나는 떨떠름하게...
데구르르. 테이블 위로 뭔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굴러갔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미간을 확 찌푸리고 짜증을 내려다가 문득 아까 내가 마지막으로 비운 소주병이 생각나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뒤척이면서 팔을 휘저을 때 넘어지기라도 한 모양이다. 조금 구르다 말 줄 알았더니 소리 끝이 꽤 길기에,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부스스 ...
* 단편 'Nice & Slow' 와 이어지는 글 “웃어.” “…웃음이 나오냐?” “그럼 그러고 돌아다닐 거야?” 몰래 복화술이라도 배웠는지, 승관은 입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살벌하게 중얼거리더니 민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꾹 찔렀다. 얼굴은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생글생글 미소 짓고 있었다. 그제야 민규도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고, ...
멸치육수에 집된장과 시판 된장을 적절히 섞어서 풀고 약한 불에서 뭉근히 끓이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직접 담가서 보내주신 된장은 깊은 맛이 나지만 많이 넣으면 텁텁하고, 시판 된장은 맛깔나지만 달짝지근하고 끝 맛이 시원하지 않다. 그래서 꼭 둘을 섞어 쓴다. 멸치와 무, 다시마, 표고버섯과 새우 가루를 넣고 푹 끓인 멸치육수는 끼니마다 준비하기는 조금 번거롭...
아, 진짜. 개 꼴값이다, 꼴값. 연신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승관은 조금 전 들었다 내려놨던 짙은 하늘색 셔츠를 다시 집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제일 나은 거 같은데. 행거 옆에 놓인 전신거울을 보고 서서 몸에 대 보니 제법 오늘 날씨와도 어울리는 감이 있었다. 재빠르게 셔츠를 걸친 뒤 단추를 채우던 승관이 잠시 멈칫했다. 근데 이거 저번 주 금요...
학교 앞 고깃집은 언제나처럼 고함을 질러야 겨우 일행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덕분에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구워지는 앞다릿살을 뒤적이던 승관이 뭐라고 입을 뻐끔대든 하나도 들리지 않아서 민규는 그냥 건성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가게가 혼란스러워서인지, 민규가 잔뜩 긴장한 손을 쫙 펼쳐서 연신 무릎에 비비고 있어서 승관의...
- ...간... - 인간이여...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혼란한 와중이었다. 눈도 채 뜨지 못한 채 칠흑 같은 어둠 아래 민규는 아득히 멀리서 경건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를 들었다. 신을 믿어본 적도 없고, 당연히 신이라는 존재를 마주해봤을 리도 없지만 민규는 문득 깨달았다. 귓바퀴를 때리는 게 아니라 뇌리가 울리도록 저를 부르는 음성을 향해 눈을 뜨면, 분...
0. 원래 저는 계획적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약간 계획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사람이고요.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서 일하는 거 좋아하고. 계획 세우는 거 진짜 제일 좋아하고... 그런 사람입니다 놀랍게도(? 트위터만 보면 전혀 모르셨죠... 서프라이즈... 그래서 1월 초부터 또 대략의 계획과 일정과 뭘 준비해야 하는지 그런걸 다 적어놓고 정리해놓...
블랙 세단이 정문에서 조금 떨어진 도로 가에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정차했다. 뒷좌석에 깊게 파묻히듯 앉아 있던 민규가 살짝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넘긴 머리를 손끝으로 살살 만지며 백미러를 보았다. 제 얼굴형에 꼭 맞게 제작한 가면은 얼굴에 완벽히 밀착했으나, 얼굴에 뭔가를 쓰고 가리는 것에 익숙지 않은 탓인지 자꾸 신경이 쓰였다. 가면으로 가리지...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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